호텔도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중요시 다루고 있는 중입니다.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의 확산은 호텔업의 위기이자, 이들도 새로운 관점으로 소비자를 공략해야 할 필요성을 만들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이 되려는 호텔, 밀레니얼 세대에게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호텔에 대한 얘길 준비했습니다.
"이 호텔은 단순히 자러 오는 곳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모든 식음료 매장과 객실을 그 자체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꾸며졌다.” 이건 신세계가 만든 레스케이프 호텔 오픈할 때 당시 총지배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라이즈 호텔이 홍대의 젊고 스트릿한 문화와 함께 가고, 그들이 부담 없이 드나드는 열린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건 라이즈 오토그래프콜렉션 호텔을 만든 아주그룹의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한국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특급호텔이 표방하는 호텔의 방향이 우리가 알던 과거의 특급호텔과는 좀 다른 느낌인 걸 아시겠죠? 더 이상 숙박객만을 위한 폐쇄적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서의 호텔,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이 되려는 호텔의 시대를 만났습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콜렉션 호텔에는 1층 로비가 개방되는데, 이곳에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타르틴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곳이기도 한데, 여기서 커피나 빵만 사서 로비의 수많은 앉을 공간에서 편히 수다도 떨고 놀다 가도 됩니다. 이제 호텔을 하려면 확실한 먹거리 아이템도 갖고 있어야 하는 셈입니다. 레스케이프 호텔도 먹고 마시고 노는 공간을 아주 신경 써서 만들었습니다. 마치 트렌드세터들이 밥먹고 술먹고 수다떨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호텔이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핫플레이스가 되고자 하는 건 호텔이 개방성을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호텔 로비의 개방성을 통해 호텔의 새로운 가치이자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으로 거듭난 대표적 사례는 에이스 호텔입니다. 전세계로 확산되는 에이스호텔(ACE Hotel)은 어딜 가도 로비는 누구에게나 오픈된 공간입니다. 큰 테이블 둘레로 소파가 가득 배치되고, 랩탑 컴퓨터로 일하기 좋은 책상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와이파이도 무료입니다. 아무나 와서 에이스호텔에서 놀 수 있습니다. 로비에 있으면서 그 옆의 스텀프타운 커피를 마시거나, 바의 칵테일을 마셔도 됩니다. 밤낮 언제든 사람들로 북적이게 됩니다.
에이스호텔의 이런 로비 운영 방식은 다른 호텔에도 영향을 줬는지, 요즘 만들어지는 부띠크 호텔, 디자인 호텔이라 자처하는 곳들에선 로비가 놀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서점을 만들거나, 갤러리를 지하에 둔 호텔도 있습니다. 이제 호텔은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공간이지 더 이상 잠만 자러 가는 곳이 아닙니다. 개성과 취향이 드러나지 않는 호텔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더 이상 숙박만을 위해, 여행자들만 오는 곳이 호텔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호텔이 숙박의 공간이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이 되면서 편집숍을 갖추는 곳들이 늘었습니다. 과거 특급호텔 아케이드에 고급 양복점이나 주얼리숍, 명품매장이 있던 느낌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힙합 브랜드가 입점하기도 하고,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 맞는 공간들이 늘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호텔에 먹고, 마시고, 즐기러 갑니다. 그리고 사진 찍으러 가죠. 호텔들은 저마다 자기 호텔만의 색깔을 가지려 애씁니다. 사진을 찍었을 때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끼린 어느 호텔에 놀러 갔었는지 바로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비에는 카페나 라운지의 역할이 더 커졌습니다. 숙박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호텔라이프를 누리려는 모든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이제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호텔을 가는 시대입니다. 과거엔 어떤 여행지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머물 호텔을 찾는 게 당연한 순서였지만 지금은 가고 싶은 호텔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서 여행지를 정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호텔이 여행에서 조연이었던 것에서 주연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 호텔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건, 호텔의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호텔은 숙박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서 호텔은 중요해졌습니다. 여행 대신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는 2030 여성들 사이에선 보편적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호텔의 부흥 시대 같다고 여기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호텔이 기회를 누리는 게 아닙니다. 지금 호텔업은 심각한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공존합니다. 숙박업으로서의 호텔에겐 위기가, 라이프스타일 거점이자 라이프셰어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호텔에겐 기회가 왔습니다. 이제 호텔을 통해 트렌드를 읽어야 합니다. 단지 호텔업 자체의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에게 호텔은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이들에게 호텔이 어떻게 다가서는지, 우리의 의식주와 호텔이 어떻게 관계를 맺으려 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상을 벗어나게 하는 게 호텔이었다면, 이제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호텔이 부각됩니다. 호텔은 취향을 파는 공간이면서 일상과 가까운 곳에 있는 탈일상의 휴식처이자 놀이터 입니다. 호텔에 책 읽으러 가고, 호텔 루프탑에서 수영하고 술 마시고, 밥 먹으러 갑니다. 이 모든 게 여행지가 아닌 우리의 거주지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집을 호텔처럼 꾸미는 이들도 늘어났고, 호텔보다 더 멋진 인테리어를 한 사람들도 점점 많아집니다. 우리가 호텔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이건 우리가 의식주를 대하는 태도, 우리고 집과 집안 인테리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과도 연결 됩니다.
취향의 안테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호텔 경쟁력과 가치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트렌드세터와 힙스터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 수 있는지, 이를 통해 대중의 호기심을 계속 유발시킬 수 있는지도 중요해졌습니다. 이유는 바로, 호텔이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이 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에이스 호텔을 비롯해서, 수많은 호텔들이 호텔의 침구부터 가운, 슬리퍼 등 호텔 방에 들어가있는 모든 물건을 자기들이 직접 만들고 브랜딩해서 팔고 있기도 합니다. 호텔이 유통업이 되기도 하고, 호텔이 리빙 브랜드가 되기도 합니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서 호텔도 중요한 플레이어가 된 겁니다.
오늘은 최근에 만들어지는 특급호텔이 로비 개방성을 추구하는 것이 호텔이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이 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로 확장하기 위함이란 얘길 드렸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호캉스 문화가 호텔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봤습니다. 애어비앤비의 시대, 호텔도 그들만의 기회를 찾을 겁니다. 아니 꼭 찾아야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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